서양의 작곡 기법에 동양의 사상을 담아 새로운 음향을 만들어냈던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Sim Tjong)’이 20여 년 만에 한국에서의 두 번째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전을 소재로 하는 이 작품은 올해로 19회를 맞이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폐막 작품으로 선정되어 화려한 축제의 막을 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은 후 세계 음악계의 구명운동으로 석방되어 독일로 귀화한 윤이상은 뮌헨 올림픽을 기념하는 오페라의 작곡 의뢰를 받게 됩니다. 뮌헨에 위치한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감독이었던 귄터 레너르트(Günther Rennert)의 위촉으로 만들어진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은 1972년 8월 1일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에서 처음 관객들에게 공개되어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오페라 ‘심청’은 한국의 전통 설화인 ‘심청전’을 주요 줄거리로 하는 2막의 오페라입니다. 독일의 극작가 하랄드 쿤츠(Harald Kunz)는 판소리 ‘심청가’를 비롯해 심청전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을 깊이 분석하여 대본을 완성했습니다. 하랄드 쿤츠는 한국의 가장 인기 있는 설화인 심청의 이야기에서 도교적인 사상과 교훈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하늘의 선녀였던 심청이 사람으로 태어난 후 마지막에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는 모든 과정들을 음의 원리를 상징하는 여성, 물, 어둠에서 벗어나 양의 원리를 상징하는 하늘, 빛으로 향하여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심청 Sim Tjong (1971-72)
Korean legend in two acts with prologue and epilogue
작품길이: 110 분
악기편성: 10S,2M,3A,4T,4Bar,9B (doubled roles possible); chorus; 3(I=afl,II,III=picc).3(III=corA).2.bcl.3(III=dbn)-4.4.3.1-timp.perc(2):tam-ts/bell-bundle/crot/tom-ts/cyms/SD/BD/tgls/gongs/desk bells/vib/glsp/tpl.bls/Baks/ratchet/guiro/t.bells-harp-cel(=perc)-strings
서곡
천상의 선녀 심청이 심봉사의 아이로 태어난다. 출산과 함께 어머니 이씨 부인은 숨을 거두고 이웃의 사악한 여인 뺑덕은 그들의 도움을 거절한다.
1막
심봉사를 위해 결혼 제의를 거절하면서까지 극진하게 보살피는 심청. 하지만 심봉사는 본인의 눈을 뜨기 위해 공양미 300석을 수도승에게 약속한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심청은 선원들에게 팔려가게 되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막간극
용왕을 만나게 된 심청은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심봉사의 어려운 생활을 확인하게 되고, 용왕과 선녀였던 어머니 ‘옥진’의 도움으로 연꽃에 담겨 환생한다.
2막
심청은 왕을 만나게 되고 혼인을 약속한다. 심청은 혼인식에 아버지 심봉사를 초청해 줄 것을 부탁하고 왕은 그 부탁을 수락한다. 죽은 줄 알았던 딸을 다시 만나게 된 심봉사는 참회의 깨달음을 얻게 되고 다시 눈을 뜨는 구원을 얻게 된다. 그리고 온 나라의 병자와 소외된 이들도 구원의 은혜를 입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을 비롯해 대부분의 전통 설화는 ‘권선징악’과 ‘효’를 주제로 합니다. 하지만 윤이상의 심청은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과 자연의 존재와 그 의미에 관심을 두었으며 진정으로 깨닫는 자 만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식에 눈이 먼 자’로 묘사되는 심봉사가 가족들과 주변을 보살피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하던 지난날에 대한 참회를 통해 진정한 의미로 눈을 다시 뜨게 되는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메시지를 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의 정신과 서양의 기법을 결합한 작품을 만드는 작곡가였던 윤이상은 ‘모든 인류와 문화의 화합’을 주제로 했던 뮌헨 올림픽의 문화축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습니다. 당시 세계 현대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예술가였던 윤이상은 동양의 설화를 소재로 서양의 기법을 활용한 정밀하고 심오한 음향을 구현해 내며 성공적인 초연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이 공연되기까지는 그 후로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2000년 ASEM을 맞이하여 유럽에서 큰 명성을 얻은 윤이상의 작품을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작품으로 선보이게 되었고 1999년 오페라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예술의전당에서 역사적인 한국 초연을 갖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지휘자 트레비스(F. Travis)와 한국의 대표적 오페라 연출가 문호근이 공연에 참여하여 완성도를 높였고 국립합창단과 코리안심포니 등 국내 최정상 음악인들이 모여 감동적인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윤이상의 ‘심청’은 성공적인 한국 초연 이후 23년 만에 다시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문호근의 제자인 정갑균이 연출을 맡아 더욱 의미를 더하고 있는 이번 공연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폐막공연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21세기에 첫 공연되는 만큼 지난 세기보다 발전한 무대기술이 동원되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되며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높은 기량을 선보일 것입니다.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은 이날 공연 이후 2024년부터 이탈리아, 헝가리, 불가리아 등 유럽의 역사 깊은 오페라 극장에 초청되어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한국 오페라의 가능성과 예술성을 유럽의 관객들에게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계 현대음악사에 이름을 남긴 작곡가 윤이상은 동양의 철학과 서양의 기법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참신한 음향적 결과물을 탄생시켰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음악 작곡가 윤이상의 연주용 악보와 라이선스는 Boosey&Hawkes의 한국 공식 파트너인 에디션코리아에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