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유한함과 무한함을 연결한다” – Sofia Gubaidulina 의 예술과 유산

2025년 3월 13일, 독일 함부르크 근교의 Appen에서 Sofia Gubaidulina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가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Gubaidulina는 오늘날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그녀의 음악은 인간 존재, 신앙, 그리고 변혁적 힘에 대한 깊은 탐구를 반영한 작품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음악을 넘어, 존재와 신성,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Gubaidulina는 단순히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넘어, 음악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그 이면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 작곡가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에서 음악은 단순히 음향의 집합체가 아니라, 시적인 텍스트나 의식적인 행동, 또는 철학적 상징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리의 예술은 특히 인간을 유한성과 무한성을 잇는 매개체로 삼고 있다” 고 말한 그녀는, 음악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신의 존재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억압 속에서의 예술적 창조
Gubaidulina는 1931년 러시아 타타르 공화국의 Chistopol에서 태어나 초기에 소련의 문화 정책에 의해 많은 제약과 억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1980년대 초, 그녀의 작품들이 서방의 공연 프로그램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Gidon Kremer 기돈 크레머의 노력 덕분에 Gubaidulina는 국제적인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후, 많은 러시아 작곡가들처럼 구바이둘리나는 독일로 이주하였고, 1992년부터는 함부르크 근교의 조용한 마을에서 거주하면서 창작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Gubaidulina는 Akademie der Künste in Berlin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Freie Akademie der Künste in Hamburg 함부르크 자유예술아카데미, Royal Academy of Music in Stockholm 스톡홀름 왕립음악원 등 여러 기관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그녀의 예술적 역량을 국제적으로 넓혔습니다. 또한 Central Conservatory in Beijing 베이징 중앙음악원, Tianjin Music Conservatory 톈진음악원, University of Chicago 시카고대학교 등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또한 1999년에는 Pour le mérite 훈장을 수여받는 등, 그녀의 예술적 업적은 전 세계에서 인정받았습니다.
“음악은 유한함과 무한함을 연결한다”
Gubaidulina의 예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음악이 “유한함과 무한함을 연결한다”는 그녀의 신념이었습니다. 그녀는 음악을 창작하는 행위를 단순한 예술적 작업이 아니라 ‘신성한 행위’로 여겼습니다. “음악은 유한함과 무한함을 연결한다”는 Gubaidulina의 말처럼, 그녀의 작품은 인간 존재의 한계와 동시에 영원의 깊이를 탐구하는 창작물로서,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신성하고 변혁적인 힘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리의 예술은 인간을 유한성과 무한성을 잇는 매개체”
Gubaidulina는 소리의 예술이 가진 깊은 의미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음악이 단지 감각적인 쾌락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깊은 문제에 대해 다가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소리의 예술은 특히 인간을 유한성과 무한성을 잇는 매개체로 삼고 있다”는 그녀의 말은 그녀의 음악적 비전을 잘 나타냅니다. 그녀에게 음악은 단순히 음을 나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적이고 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였던 것입니다.
음악의 신비와 인간 존재의 탐구
Gubaidulina의 작품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절대적인 음악, 즉 순수한 음악적 기법에서 벗어나 항상 그 이상의 것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언제나 ‘궤도 Orbit’에 있고, 가끔 ‘지구’를 방문하며 빛을 가져오는 존재”라고 표현한 Simon Rattle 사이먼 래틀 지휘자의 말처럼, Gubaidulina는 그 자체로도 신비로운 존재였습니다. 그녀의 음악은 단순한 음향의 집합체가 아니라, 신비주의적 아이디어나 기독교적 상징, 또는 문학적 요소들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그녀의 작품이 단순히 음악적인 성취를 넘어서,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과 신, 그리고 전통의 만남
Gubaidulina는 종교적 신념과 전통을 중요한 창작의 원천으로 삼았습니다. “신앙은 인간의 창작력과 직결된다”는 그녀의 신념은 그녀의 음악에 반영되어, 전통적인 러시아, 캅카스, 중앙 아시아의 민속악기와 의식 악기들을 활용하여 전혀 새로운 음향의 세계를 창조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녀는 이 악기들로 즉흥연주를 하며, 그것을 음악적 구성의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창작의 과정은 그녀가 추구했던 인간 존재와 신성에 대한 탐구를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한 결과였습니다.
음악을 통한 인간의 구원
Gubaidulina는 음악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구원과 치유를 추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은 인간을 급하게 떨어지는 낭떠러지에서 멈출 수 있는 수단”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Gubaidulina는 음악이 인간에게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음악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인간의 깊은 내면과 소통하며, 세상의 혼란 속에서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Gubaidulina의 유산
Sofia Gubaidulina의 작품은 단순히 음악적으로 뛰어난 성취를 이루어낸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녀의 음악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신앙과 예술, 그리고 인간의 존재와 삶을 연결짓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Gubaidulina는 “음악은 유한함과 무한함을 연결한다”는 믿음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그녀의 음악은 이제 단지 ‘현대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넘어, 예술과 영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남긴 유산은 단순히 음악적 유산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깊은 철학적이고 영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Gubaidulina의 음악은 세상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으며, 그녀의 예술적 발자취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주요 작품 소개>
《Offertorium (1980, rev. 1986) for violin and orchestra》
Offertorium은 Gubaidulin의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희생과 제물의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바이올린은 인간의 ‘제물’을 상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작품은 Gubaidulin가 가진 깊은 종교적 신념과 영성, 그리고 음악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잘 보여줍니다. 복잡한 하모니와 정교한 구성으로,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입니다.
《St. John Passion (2000) for soli, choirs and orchestra》
St. John Passion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그린 대규모 합창 작품으로, Gubaidulin의 신앙적이고 철학적인 깊이를 드러냅니다. 이 작품은 성경의 요한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고난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내며, 그녀만의 독특한 현대적 음악 언어를 통해 신성한 의미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Gubaidulin는 이 작품에서 기독교적 상징과 신성한 테마를 강렬하게 표현하며, 극적인 음악적 전개와 풍부한 텍스처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The Light of the End (2003) for orchestra
The Light of the End는 삶과 죽음, 그리고 영적인 빛에 대한 탐구를 담고 있는 오케스트라 작품입니다.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끝’과 ‘빛’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인간 존재의 한계와 그 너머의 영적인 존재를 그립니다. Gubaidulin는 이 작품을 통해 음악이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복잡한 오케스트라의 텍스처 속에서 드러나는 변화와 변형은 그녀가 전하려는 철학적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On Love and Hatred (2016/18) for soli, choirs and orchestra》
On Love and Hatred은 사랑과 증오라는 감정의 극단적인 대조를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Gubaidulin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감정의 복잡성과 그로 인한 내적 충돌을 탐구합니다. 합창단과 독창자의 강렬한 목소리,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폭넓은 음향을 통해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극적인 대조와 음악적 상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구바이둘리나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감정이 가진 복잡성과 그로 인한 정신적 갈등을 음악적으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Sofia Gubaidulina 의 주요 작품의 공식 악보와 라이선스는 Boosey & Hawkes/Sikorski 의 한국 공식 파트너 에디션코리아에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