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오페라 〈심청〉, Saaremaa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울리다

낯선 섬, 익숙한 이야기의 귀환

발트해 한가운데 위치한 에스토니아의 작은 섬, 사아레마Saaremaa. 이곳에 자리한 중세 요새 쿠레스사레Kuressaare 성은 매년 여름, 특별한 음악 축제를 위해 문을 엽니다. 바로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 중 하나인 Saaremaa Opera Festival입니다.
이 아름다운 성의 안뜰은 한시적으로 오페라 전용 공연장으로 변모하며, 유럽 전역의 음악 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아 수준 높은 공연을 감상합니다. 그리고 2025년 여름, 이 무대 위에 한 편의 한국 오페라가 오릅니다.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작품 〈심청 Sim Tjong〉입니다.


동양의 정서를 서양의 형식에 담아낸 오페라

〈심청〉은 윤이상이 1986년 독일에서 발표한 세 번째 오페라로,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 설화 ‘심청전’을 바탕으로 작곡된 작품입니다. 심청전은 아버지의 시력을 되찾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딸 심청이 연꽃 속에서 되살아나 왕비가 된다는 이야기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서사입니다. 그러나 윤이상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단순히 무대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희생과 자비,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끌어올려 깊은 음악적 표현 안에 담아냈습니다.

윤이상의 음악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세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는 서구 현대음악의 어법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의 리듬과 음향, 특히 판소리와 민요적인 요소를 융합해 독창적인 작곡 기법을 완성하였습니다. 〈심청〉은 그러한 윤이상 음악의 정수가 응축된 작품으로, 작곡가의 후기 대표작으로도 손꼽힙니다.

윤이상 ⓒART CHOSUN

사아레마 섬에서 되살아나는 심청의 이야기

2025년 Saaremaa Opera Festival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심청〉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제작으로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한국 오페라 단체가 에스토니아의 대표적인 클래식 축제에서 전막 오페라를 선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동아시아의 서사가 서유럽 중심의 무대에 오르는 뜻깊은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쿠레스사레 성은 중세 교회 요새로,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고요한 자연 환경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안뜰에는 매해 여름을 위해 2,000석 규모의 특별 무대가 설치되며, 관객들은 자연과 역사,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공간에서 공연을 감상하게 됩니다.
이러한 무대에서 심청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단순한 설화의 재현이 아닌, 한국적 정서와 보편적 감성이 어떻게 예술을 통해 조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 saaremaa opera festival

한국 오페라, 예술을 통한 진정한 교류를 이끌다

〈심청〉이 이번 페스티벌에서 갖는 의미는 단순한 문화 수입이나 소개를 넘어섭니다. 이는 윤이상이 일평생 추구해온 음악적 이상과, 한국 문화의 정수가 유럽 예술 무대에서 보편적인 언어로 구현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자리입니다.

오늘날, 문화 간의 진정한 이해와 교류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오페라 〈심청〉은 예술을 통해 서로 다른 문명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감동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작품 속에서 심청이 바다에 몸을 던지고, 다시 연꽃 위에 떠오르는 장면은 인간 본성의 숭고함을 상징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할 것입니다.

ⓒ saaremaa opera festival

오는 2025년 7월, 사이레마 섬의 고요한 밤하늘 아래에서 울려 퍼질 윤이상의 〈심청〉은 한국의 서사가 유럽의 심장부에서 울리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예술이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작곡가 윤이상 의  주요 작품의 공식 악보와 라이선스는 Bote&Bock / Boosey & Hawkes 의 한국 공식 파트너 에디션코리아에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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