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8일 — BBVA Foundation은 제18회 BBVA Frontiers of Knowledge Award 음악 및 오페라 부문 수상자로 한국의 작곡가 진은숙을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BBVA Foundation Frontiers of Knowledge Award는 2008년 제정된 국제 상으로, 과학과 문화 전반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선정합니다. 음악 및 오페라를 포함한 8개 부문에서 각 40만 유로의 상금이 수여됩니다. 지금까지 총 34명의 수상자가 이후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스페인 국립 연구기관 CSIC와 협력하여 엄정한 심사를 거칩니다.
심사위원단은 진은숙이 “기악적 혁신성과 생생한 음향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대 음악계 전반에 울림을 전하는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목소리”를 구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그녀의 음악은 “탁월한 기악적 기교”와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깊은 표현력을 지닌 상징적 세계”를 구현한다고 밝혔습니다.
심사평에 따르면 진은숙의 “독창적인 작곡 기법”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음향 풍경을 만들어내며, 색채와 질감이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녀의 작품은 철학적·과학적 개념뿐 아니라 초현실주의 문학과 시각 예술에서도 영감을 얻고 있으며, 특히 협주곡과 오페라 분야에서 성악 표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확장된 성악 기법, 단편적 구조, 가창과 구어 사이의 급격한 대비를 통해 “목소리의 활용 범위를 넓혔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표현력이 풍부하고 유연한” 음악을 만들어내며,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만화경 같은 세계”를 구축한다는 설명입니다.
심사위원장 Gabriela Ortiz는 “진은숙은 실내악, 관현악, 오페라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지닌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의 대가”라며 “항상 완벽한 기술적 완성도와 독창적인 음향 상상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심사위원 간사 Víctor García de Gomar는 “그녀의 음악은 듣는 순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창적이며, 환상적인 꿈의 세계에서 비롯된 풍부한 음색과 독창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이 특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휘자 Santiago Serrate는 그녀의 성공 요인으로 세계적 지휘자들과의 협업을 꼽으며, Simon Rattle과 Kent Nagano 등의 지휘자들이 그녀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Kent Nagano는 Munich(2007)와 Hamburg(2025)에서 음악감독으로 재임하며 그녀의 오페라 작품을 위촉한 바 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꿈에서 작곡가로..

진은숙의 음악적 여정은 어린 시절 교회에 있던 피아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목사였던 아버지가 들여놓은 피아노를 통해 음악을 접한 그녀는 두 살 반 무렵부터 건반을 누를 때 진동하는 소리에 매료되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1960년대 한국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정규 레슨을 받기 어려웠던 그녀는 사실상 독학으로 피아노를 익혔습니다.
12세 때 학교 음악 교사의 권유로 작곡을 시작했으며, 이후 두 차례의 도전 끝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군사정권 시기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음악을 접하며 작곡가로서의 기반을 다졌고, 독일에서 돌아온 작곡가 강석희의 영향을 받아 유럽 진출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1985년 독일 정부 장학금을 받은 그녀는 헝가리 작곡가 György Ligeti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사사하게 되었고, Hamburg에서 수학했습니다. 엄격한 교육 속에서 높은 기준과 비판적 태도를 익힌 경험은 그녀가 자신만의 음악적 언어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Berlin에 정착한 그녀는 전자음악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며 작곡가로서의 길을 이어갔습니다. 1990년대 작품 Akrostichon-Wortspiel을 통해 국제적 주목을 받으며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 작품은 언어의 의미를 해체하고 인공적인 언어를 음악적 도구로 활용한 실험적 시도로, 현재까지 20개국 이상에서 연주되었습니다.
꿈·과학·예술을 넘나들며 음악적 한계를 확장하는 작곡가
진은숙의 작품 세계는 꿈, 과학, 문학, 시각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어린 시절의 환상적인 꿈은 그녀의 음악 전반에 깊이 스며 있으며, 물리학과 우주에 대한 관심 또한 작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특히 2007년 초연된 오페라 Alice in Wonderland는 이러한 요소들이 집약된 대표작으로, 성악 표현의 경계를 확장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그녀는 작곡 과정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끊임없이 넘어서고자 하며, 연주자들에게도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Ligeti에게서 배운 엄격한 음악적 기준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진은숙은 ‘한국인 작곡가’라는 정체성에 한정되기보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는 “코즈모폴리턴”한 예술 세계를 지향해 왔습니다. 초기 유럽 활동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한 그녀는 현재 현대 음악계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편, 통영국제음악제에서는 세계적인 현대음악 앙상블 Ensemble Modern의 무대를 통해 진은숙의 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198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창단된 Ensemble Modern은 약 20여 명의 상주 연주자로 구성된 세계 최정상급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로, 단원들이 예술적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자율적 운영 방식과 탁월한 앙상블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3월 29일 오후 3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진은숙의 Graffiti를 비롯해 Steve Reich의 City Life, George Benjamin의 Three Inventions, 그리고 통영국제음악재단 위촉으로 초연되는 조윤제의 신작이 함께 연주됩니다. 이 프로그램은 동시대 음악의 다양한 흐름과 미학을 조망하는 의미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공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통영국제음악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진은숙 Unsuk Chin 의 주요 작품의 공식 악보와 라이선스는 Boosey & Hawkes 의 한국 공식 파트너 에디션코리아에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